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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연숙 개인전
 2020.7.8~7.18 (일요일 휴관)
관람시간 11:30~18:00

-OA PROGRAM-

작품소개

“당신의 것(Yours)”, 비닐봉지의 사회학적 가치

글.유현주(생태미학예술연구소, 미술평론)


사회적 기호로서의 금박의 비닐봉지


유럽의 도시들에서 찍은 이연숙 작가의 흑백사진들은 언뜻 평범한 문화적 코드로 읽힌다. 런던, 스톡홀름 등 작가가 유학시절 거닐었던 도시의 거리들과 공원, 건물들, 겨울날 두툼한 옷차림을 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걷는 모습과 표정들이 그러하다. 그런데 사진을 보는 순간 처음부터 우리의 눈을 사로잡는 것이 있다. 바로 사람들 손에 들린 ‘금박의 비닐봉지’이다. 단순히 사진-텍스트의 정보를 전하는 것을 넘어서, 금박의 비닐봉지가 시각을 날카롭게 찌르는 푼크툼(punctum)으로 작동되자마자, 이 흑백의 풍경은 현실과 일치하지 않는데서 오는 감성의 균열을 일으킨다.
이 사진-텍스트에서 하나의 기호가 새롭게 등장했기 때문이다.
통상은, 생기 없는 과거의 사건, 죽음(롤랑 바르트는 죽음을 사진의 본질로 본다), 이미 지나간 시간의 박제된 표면으로 규정되는 사진 이미지를 뚫고 나온 기호, 바로 금박의 비닐봉지는 정녕 무엇을 지시하는 기호일까? 이연숙의 사진에서 이 금빛의 물건은 미래의 낯선 시공간에서 온 UFO처럼 비가시적인 ‘존재감 없는 사물’로 무심히 사람들 손에 매달려 있다. 작가는 이 비닐봉지 이미지에 인위적으로 금빛을 입혀 도드라지게 하고, 비닐봉지를 제외한 사진의 모든 것을 사실상 배경으로 만들면서, 다음과 같이 질문하고 싶어한다. 만약 비닐이 ‘금’과 같은 물질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우리는 비닐봉지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이연숙의 금박의 비닐봉지는 비닐 그 자체 즉 ‘플라스틱’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석기, 청동기, 철기시대에 이어 인류는 현재 플라스틱 문명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플라스틱이란 쉽게 원하는 모양으로 가공할 수 있다는 의미의 그리스어 플라스티코스(plastikos)에서 유래한 단어이다. 성형수술을 플라스틱 서저리(Plastic surgery)라고 부르는 이유도 변형하기 좋은 성질, 즉 가소성(可塑性) 때문일 것이다. 최초의 플라스틱은 당구공의 재료로 비싸고 귀했던 아프리카 코끼리의 상아를 대체할 물질을 찾으려는 노력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최초의 천연수지 플라스틱 셀룰로이드(1869)와 최초의 합성수지 플라스틱의 발명(1907)을 거쳐 오늘날 가장 널리 사용하는 폴리에틸렌(1933) 플라스틱은 2차 대전 이후 그 편리함과 경제성 때문에 엄청난 수요를 가져왔다.
하지만, 이 놀라운 발명품은 현재 전 세계 폐기물의 10%를 차지할 뿐 아니라 분해되지 않는 미세 플라스틱들이 바다의 생명을 죽음으로 몰고 있다. 인류에게 플라스틱은 인간이 마음대로 처리할 수 없는 것, 아이러니하게도 ‘플라스틱이 아닌 것(non-plastic)’이 되어버렸다.
다시 아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보잘 것 없는 비닐봉지가 금의 가치라면?
단순하고 엉뚱한 질문이지만, 이에 답하기는 의외로 어렵다.
비닐봉지 즉 플라스틱(plastic)의 가치란 무엇일까?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값싼 것이라는 점에서 비닐은 이소플라스틱(isoplastic)한 것! 법 앞의 평등(isonomia)처럼 비닐은 빈부를 떠나 누구나 가져다 쓰는 물건인가? 정말 그러한가? 작가가 영국에서 처음 비닐봉지를 가지고 작업을 시작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생태’ 혹은 ‘환경’이 매우 ‘정치적’으로 작동된다는 것이다. 이를 ‘정치적’이라고 표현한 것은 영국에서 비닐을 무상으로 주는 마트(주로 서민들, 유학생, 유색인종)와 유료로 판매하는 마트(주로 백인 중산층)에서의 비닐의 질적 차이와 빈부 차이와의 상관관계 때문만은 어니다. 무엇보다도 비닐의 정치성은, 재활용할 수 있거나 ‘잘 찢어지지 않는 생분해(Biodegradable) 비닐’을 만드는 ‘비용’ 때문에 그것을 꺼려하는 영국의 기업과 정부의 정책이 오렌지색 비닐 백(잘 찢어져서 더블 백을 써야만 하는 영국의 대중적인 비닐봉지)을 배포해 버렸다는 사실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따라서 사람들이 “double bag please”를 연발하면서 사용해온 오렌지색 비닐은 생분해된다는 이유로 ‘오히려’ 더 많이 비닐사용을 권장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셈이다.
찢어지는 생분해 비닐의 가치는 이연숙의 사진에 나오는 것처럼, 어디에나 편재하는 사물 즉 ‘존재감 없는 사물’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서, 사진 이미지의 표면에서 읽혀지는 디노테이션(denoation)으로서의 비닐 백의 기호는 싸구려의 투명한 플라스틱일 뿐이다. 그러나 이 생분해 비닐 백 이미지의 심층에서는, 실제 환경을 지키려는 노력보다 환경보호로 ‘위장된 환경주의(green washing)’라는 국가와 기업의 위선 즉 교묘한 정치적 코노테이션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이연숙의 비닐 백은 모종의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합금물’의 기호라고 할 수 있다.


예술의 거울로 비추어 본 플라스틱, ‘우리들의 것’


플라스틱을 소재로 사용하는 작업이 예술계에서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일찍이 초기 구성주의 작가들 중 나움 가보(Naum Gabo)는 셀룰로이드를 사용해서 광학적 효과를 끌어올린 3차원의 투명한 조각 < 기둥을 위한 모델 Model for Column >(1920-21)을 만들었다. 최근 예술계의 경향 중 하나는 환경오염과 기후변화 등 생태 관련 주제를 조명하기 위해 플라스틱을 자기만의 방식대로(자기-참조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2017년 런던 국립극장 앞에서 조각가 제이슨 드카이어스 테일러(Jason deCaires Taylor)는 그린피스와 협력하여, 플라스틱 오염으로 고통 받는 해변에서 가족 소풍을 하는 모습을 그린 공공미술 설치 < 플라스틱 살해(Plasticide) >’를 제작했다. 예술가들이 오로지 작품의 재료로만이 아니라 플라스틱 자체를 주제로 다루기 시작한 것이다. 오늘날 바다의 생물과 인간 자신을 죽음의 사이클로 연결시킨 산업폐기물로서의 플라스틱, 그것은 바로 인간 스스로가 만들었고 그래서 인간이 책임져야 할 도구, 곧 ‘우리들의 것’이라고 예술가들은 말한다.
이연숙이 “당신의 것Yours”라고 지시한 비닐봉지는 인류와 자연의 관계 그리고 현대 문명에서의 사회학적 가치의 관계를 함의한다. 사실 인간이 발명한 화학적 인공물로서의 플라스틱은 인류세 문명의 대표적 기술(technology) 기호라는 점에서, 가치 없는 것이라기보다 너무도 귀중한 금과 같은 가치를 갖는다. 그렇다면 플라스틱은 기술의 약과 독을 다 가진 파르마콘(parmakon)의 기호로서 양가적 가치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이제 그것이 인류의 재앙이 아닌 축복이 될 수 있도록 전환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연숙의 흑백의 풍경에서 금박의 비닐봉지를 들고 무심히 걷는 사람들은 자신이 지금 어떤 가치의 물건을 가지고 있는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 이연숙의 사진은 바로 그러한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는 반쯤 장님이 된 우리 자신을 반추하는 거울로 빛나고 있다.

작가소개

이연숙 Yeon LEE (b.1976~)

2008 Goldsmiths College, University of London, Fine Art (MFA) 졸업
2002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조소과 (석사) 졸업
1999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학사) 졸업

주요개인전
2019 Burning Ghat, 성북문화재단, (재)방식아트뮤지엄 협력, 서울, 한국
2017 Collective stories_LAPUTA, 신당창작아케이드, 서울문화재단, 서울, 한국
2017 봉다리, 신세계 미술제 수상작가전, 신세계 갤러리, 광주, 한국
2017 Color for the day, Window gallery 기획, 성북예술창작터, 성북문화재단 후원, 서울, 한국
2016 Memory container, 아워몬스터, 서울, 한국
2015 Sonic landscape, 성북도원, 서울문화재단, 성북문화재단 후원, 서울, 한국
2015 Memory from the garage, 64b1, 서울, 한국
2015 Wardrobe for Granny, 갤러리 단디, 서울, 한국
2015 Memory in…, 오래된집 캔 파운데이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서울, 한국 

2014 the wild SWAN lake, 아트팩토리, 경기도 후원, 헤이리, 한국
2013 Small is beautiful, 갤러리 압생트, 서울문화재단 후원, 서울, 한국
2013 Two Sides of the Story, 슐츠앤융갤러리, 광주, 한국
2012 Collective Collection, 갤러리조선, SEMA 선정작가전, 서울시립미술관 후원, 서울, 한국
2012 Collective Moment, 금호미술관, 금호영아티스트 선정전, 서울, 한국
2011 The House, The air gallery organized I-My project, 런던, 영국
2010 Re-Use Me, Jerwood Space project room,런던, 영국
2010 Solo project‘RouteMaster’, (PlatformA+A and Spitalfields Market
스피틀필즈마켓과 리버풀스트리트 일대, 런던, 영국
2003 Solo show-ClothDrawing, KUNSTFORM, 티놀, 오스트리아
2003 Solo show-Draw, PICI갤러리, 서울, 한국
 
주요 수상 및 레지던시
2018 ZK/U 레지던시, 베를린, 독일
2018 ACC 아시아 네트워크 레지던시 기획자 참여, 아시아문화전당, 광주, 한국
2018 대구예술발전소 단기 작가 레지던시 프로그램, 대구예술발전소, 대구, 한국
2018 지역예술프로젝트 공모 선정, 안양문화재단, 경기문화재단, 한국
2018 Herstory 전시 기획 공모 선정, 광주여성재단, 광주, 한국
2017 신당창작아케이드 레지던시 프로그램, 서울문화재단, 서울, 한국
2016 국제교류지원사업 선정, 한국예술인경영센터, 서울, 한국
2016 마을미술프로젝트 선정, 아름다운맵,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나주시,한국
2015 서울문화재단 다원예술 기획 선정, 서울문화재단, 서울, 한국
2015 신세계미술제, 우수상, 광주, 한국
2015 서울문화재단 전시 저원 작가 선정, 서울문화재단, 서울, 한국
2015 오래된 집 하우스워밍 프로젝트 작가 선정, 캔파운데이션, 서울, 한국
2014 속닥속닥 대청, 내가 사는 섬 프로젝트, 인천문화재단, 인천, 한국
2013 노마딕 레지던시 프로그램 호주 공동기획 선정, 서울, 한국
2013 호주 데자트 레지던시 프로그램, 알리스스프링, 호주
2013 모하창작스튜디오, 울산, 한국
2013 서울문화재단 전시 지원 작가 선정, 서울문화재단, 서울, 한국
2012 SEMA 전시 지원 작가 선정,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한국
2011 금호영아티스트 선정, 금호미술관, 서울, 한국 등


워크숍
2018 꿈을 먹고 자라는 우리 ‘꿈을 굽다 비로소 나를 찾다’, 안양4동 행정복지센터, 우리동네 복지허브, 안양문화재단, 경기문화재단, 한국
2017 예술시장소소, color for the day, 세종문화회관, 서울 한국
2015 Re-Use Me_Memory, 수봉다방, 인천남구청 후원, 인천시 남구 숭의동 9-19 프로젝트 공간, 인천, 한국
2014 움직이는 공동체 방_2014, 중구 보건소 문화 건강 프로젝트, 약현성당, 서울
2014 ‘중림동 행복약방’씨어터 포럼, 중림종합사회복지관, 서울, 한국
2014 숲속의 예술 공작소, 판교생태 학습원, 판교, 한국
2013 Under the Sea, 캔파운데이션과 네이버 후원, 어둠속의 대화, 서울, 한국
2012 Under the Sea, 국립현대미술관 어린이미술관, 과천, 한국
2012 Under the Sea, 노숙인 재활 프로그램, 의정부사회복지원, 의정부, 한국
2011 Yacob’s ladder, Leipzig international Students (year 3), 독일
2011 Progress, Workshop and artist talk for audience, 한국문화원, 런던
2011 ‘Mom and kids’ Workshop, 어울림미술관, 고양, 한국
2011 Summer, 성석초등학교, 고양, 한국
2011 Workshop and artist talk for audience, Barge House, 런던, 영국
2010 Workshop and artist talk for passer-by (supported by Platform A+A and Spitalfields Market), Spitalfields Market and Liverpool street, 런던


작품소장처
금호미술관
국립미술원, 보스니아, 사라예보
경기도 이천 도자엑스포 조각 공원
세종시 정부종합청사
현대미술연구소
양구군
광주시립미술관